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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표지
이럭저럭해서 새천년 첫해의 마지막 날도 저물어 간다. 나에게 누군가 한해의 마지막날을 어떻게 보냈습니까 하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칼 세이건이라는 훌륭한 과학자의 가르침에 파묻혀 즐겁게 보냈습니다."하고 말이다. 그렇다. 정말 감동받았다. 과학에 관련된 서적으로 이만한 두께의 책을-사전류 도감류를 제외하고-읽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의 일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다.'학습'이라는 목적이 아니라 독서라는 '유희'를 위해 읽은 것이기 때문에. 읽으며 때때로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볼때 정규교육을 받아온 그 세월동안 나는 정말 무엇을 진심으로 '공부'해 왔는가. 알아나간다는 것, 그것 이상의 적극적인 행위인 이해한다는 것. 그것은 이름 몇개를 외우는 수준의 단순함은 아닐 것이다. 해서 지금 내가 '이해'하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나자신의 지금을 매우 유감스럽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야기가 빗나갔는데, 칼 세이건이라는 천문학자는 문학가로서도 대단한 자질을 보인다. 지식을 일반인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게 하였고, 그러면서도 흥미위주로 흐르지 않는다. 이 1970년대에 쓰여진 '코스모스'라는 책은 지구와 우주탄생의 과정을 알려주고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과 그들이 내세웠던 주장들을 비교하고 현대인의 눈으로 해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나를 감동시킨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의 여명기에서 부터 축적해온 지식와 과학의 체계에 대한 그의 자세다. 편협함이 없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주장들만을 받아들이려하는 그의 냉정한 과학자로서의 시각은 정말 존경할만 하다. 어떠한 이데올로기의 영향도, 종교의 그림자도 그의 글을 왜곡시킬 수 없다. 과학자로서의 본연의 자세란 이런것이 아닐까.
꽃에 둘러싸인 과학자
그는 특히 이오니아의 과학자, 기술자에서 내려와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왕조에 이르는 7세기까지의 문화를 매우 아끼는 것 같다. 아낀다기 보다는 애타게 아쉬워한다고나 할까. 몇번씩이나 되풀이되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대한 언급은 그가 이것을 어느정도 지식국가의 이데아로 생각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도 그럴것이 그 시대의 알렉산드리아는 수학, 물리학, 생물학, 천문학, 지구과학, 약학등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를 이룩하였고 누구나 새로운 지식을 공평하게 탐구하였으며 지배자들도 이런것을 수집하고 연구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일례로 프톨레마이오스3세 에우르게네스는 아테네의 비극작품 원본이나 나라에서 뜬 복사본을 아테네로부터 빌려오고 싶어했다. 그러나 당연히 아테네에서는 귀중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자 왕은 빌려주는 댓가로 많은 재화를 지불할 것이며 반드시 반환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금,은 보다 그 원본들을 더 소중히 여긴 왕은 보증금을 흔쾌히 지불하고 빌려온 책을 도서관에 소중히 간수해 버린 것이다. 하하하! 이 얼마나 낭만적인 이야기인가. 우리는 이러한 정신의 일부만이라도 다시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가 직지를 돌려주지 않으려는 것도 비슷한 이야기 일까? 그러한 것은 침략에 의한 약탈이므로 낭만이 없다. 그 시대의 알렉산드리아와 같이 모든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상품들과 사상을 자유로이 교환하는 곳. 그곳이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인 것일게다. 칼 세이건은 고대의 발달한 과학과 지식들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실전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무척이나 서글퍼 한다. 거듭되는 이야기에서 그의 유감스러움이 절실히 전해진다. 또한 그는 미신이나 종교에 의해 인류가 탐구하고 사고해야할 지식의 추구를 포기하고 현상을 신의 행위로 맡겨버리는 안일한 사고방식도 통탄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에 의해 인류의 과학적 진보는 수세기나 미뤄지게 되었던 것이다. 합리주의, 이것은 자신이 보지 않은 것, 또는 객관적으로 증명될 수 없는 것에 대한 섯부른 판단을 배척한다. 인간의 오만함은 과학을 탐구하면서 깨어져 갔다. 하늘은 더이상 지구를 중심으로 돌지 않으며 태양계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고, 지적생물체가 사는 유일한 행성이 지구라는 증거도 없다. 인류는 겸허하게 대자연 우주를 향하여 소박한 한발을 내딛을 뿐이다. 칼세이건은 또한 인류의 자기파괴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핵부기와 재래식 무기에 대한 끝없는 개발, 탐욕. 전쟁으로의 돌진. 지금 또, 아랍과 미국의 전쟁을 벌이려고 하는 시점에서 땅속에서 잠자고 있는 그는 이 국면을 얼마나 슬퍼할까.
그는 사실에 입각한 연구만을 받아들이는 냉정한 과학자의 눈과는 달리 인류에 대한 따사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어린아이를 안아줌으로써 이 세상의 폭력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이 자기파괴의 역사적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인류는 자연앞에서 어찌보면 아주 미미한 존재이다. 우주의 여러가지 현상들은 이 미미한 존재들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위대한 우주라는 무심한 존재속에서 인간은 어쩌면 더욱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특이하고 귀여운 존재인 것이다. 아껴주고 보듬어야 할 존재인 것이다. 인간뿐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그러하다. 그러므로 모든 생명체는 평등한 것이다. 특히가슴속에 와 닿은 것은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미워해서는 안된다'라는 문구였다. 주변의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와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 인종들, 그들의 문화. 생각과 외양이 다르다고 해서 거부하고 업신여기거나 꺼려서는 안된다. 이러한 것은 인간이 쉽사리 가질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므로- 나조차도 예전에 의식하지 못한채 지니고 있다가 그 위험성을 느낀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비록 쉬운 일이 아닐지라도. 지구와 우주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하여 인류가 지녀야 할 의식에 대한 고찰로 마무리하고 있는 이 책은 지식을 전달하는 과학서적으로서 뿐만 아니라 철학서처럼 깊은 사고를 하게까지 만드는 책이다. 읽고 나니 저자의 다른 서적들도 읽고 싶어진다. '컨택트'의 완역판이 나왔다고 들었다. 영화도 감동적이었지만 영화속의 드라마틱한 진행보다 칼 세이건식의 담담한 문체로 읽어보고 싶다. 브룩클린거리의 모퉁이에서부터 세상에 대한 질문을 던져왔던 칼 세이건의 의식은 우주라는 거대한 자연속에 의연하게 피어있는 작은 '코스모스'일 것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과학자에게 편안한 잠이 함께 하기를. 작년 정확히는 2001년 12월 31일에 아무 노트에나 끄적대었던 글인데 문득 눈에 띄어서 옮겨 보았다. 홈페이지의 라이브러리란을 열기에 적합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첫글은 투르게네프나 칼 세이건으로 시작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었다. 책으로 나온 것이 1980년이었는데 얼마전 국내에 재판되어 깨끗한 책으로 다시 나왔다. 내가 읽은 오래된 책은 십중팔구 일본어 중역이라고 생각되지만 아주 깔끔하게 다듬어져 문체도 자연스러웠다.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칼 세이건 [Sagan, Carl Edward] 미국의 천문학자. 국적 : 미국 활동분야 : 천문학 출생지 : 미국 뉴욕 브루클린 주요저서 : 《Intelligent Life in the Universe》(1966) 1934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출생하였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이민노동장의 아들로 태어나 시카고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을 공부하였다. 1962∼1963년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유전학 조교수, 1963∼1968년 하버드대학교 천문학 조교수를 거쳐, 1968년부터 코넬대학교 천체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1975년부터는 코넬대학교의 방사선물리학 및 우주연구센터의 부소장을 겸임하였다. 1968년부터는 《국제 태양계 연구잡지 ICARUS》 편집장을 지냈다. 한편, 미국 항공우주국( NASA)에서 마리너호·바이킹호·갈릴레오호의 행성탐사 계획에 실험연구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설치한 전파교신장치를 통하여 우주 생명체와의 교신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우주에 관한 텔레비전 시리즈물인 《코스모스》의 해설자로 나서 까다로운 우주의 신비를 텔레비전을 통하여 쉽게 전달하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이 밖에 《Intelligent Life in the Universe》(1966) 《The Cosmic Connection》(1973) 《Mars and the Mind of Man》(1973) 《Other Worlds》(1975) 《The Dragons of Eden》(1977) 등이 있다. 1996년 화성탐사계획에 참여하던 중 사망하였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그의 업적을 기려 1997년 7월 화성에 도착한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호의 이름을 ‘칼세이건기념기지’로 명명하였다.
** 한두마디 - 코스모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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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실들이, 오랜 세월 연구를 거듭하는 동안, 언젠가 밝혀질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과제는 너무나 광범위하다. 미약한 한 인간의 힘으로는 평생을 다 바친다 해도 캐내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여러세대를 거친 후에야 우리는 우주의 지식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은 의아해 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토록 자명한 일들을 우리가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에 대해서...... 우리의 후손들은 얼마나 많은 짐을 지고 있는가? 그때가 되면 우리들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질 것이다. 그러나 모든 세대마다 탐구할 소재는 갖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우주는 얼마나 빈약한 존재인가...... 자연의 신비는 한 번의 노력으로 벗겨 버릴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세네카 <자연의 질문 Nature Question> 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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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지구의 죽음
앞으로 수십억년 후 최후의 행복한 날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백만년이 흐르면 태양이 팽창하고 지구는 뜨거워 져서 생물들이 죽고 해안선이 점점 드러나게 된다.
바다도 증발한다. 대기도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다.
태양이 붉은 거성이 되면, 지구는 생명도 공기도 없는 황폐한 행성이 된다. 마침내 태양은 하늘을 덮을 정도로 커지고 지구를 삼키게 된다.
기술 문명의 발달로 인한 자기 파멸을 일으키지 않으려 노력하는 지구를, 근처 어디에선가 외계인은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지구는 매일 2백 50만Km씩 도는데 이 속도는 은하계 중심을 도는 속도보다 8배가 빠르고 우리 은하계가 처녀 성운 쪽으로 흐르는 것보다 2배가 빠르다. 인류는 이렇게 태초부터 우주 여행자였다.